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쓰고, 쓰고, 쓰고/underlines

2014 밑줄들





당신, 참 애썼다. 사느라, 살아내느라,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.

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.

_정희재, <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>

 

 

당신이 보여요, 란 말은 아프리카식 안부 인사랍니다.

나는 종잇조각처럼 몸을 접고 고해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.

(중략)

나는 좀 더 친밀한 아프리카 취향입니다.

손등에서 햇빛의 투명한 뼈가 자라납니다.

_이영주, <나의 인사>

 

 

détourné toi de lui, reviens-moi

_그에게서 멀어져, 내게 돌아와

 

 

Les carottes sont cuites.

당근이 익어버렸다.

(끝났다 / 파산했다 / 모든 걸 잃었다 / 희망이 조금도 없다)

 

 

슬플 차례는 늘 돌아와요

_유희경(11.10.29 AM12:04)

 

 

처음이자 마지막인 그대는 늙지 않았다.

내 사랑과 삶을 비추기 위하여

그대는 간직하고 있다

아름다운 나신의 마음을

_폴 엘뤼아르, <생일을 축하하며>

 

 

과잉을 표현하는 거야, 말의 절제를 통해

_<500일의 썸머>

 

 

살아남기 위해

우리는 피를 흘리고

귀여워지려고 해

최대한 귀엽고

무능력해지려고 해

 

인도와 차도를 구분하지 않고

달려보려고 해

연통처럼 굴뚝처럼

늘어나는 감정을 위해

살아남기 위해

최대한 울어보려고 해

_이근화, <엔진>

 

 

누군가가 스스로의 괴상한 습성이라지만, 아주 공감하는 그것

내가 좋아하는 것에게 있어 내가 중요한 존재가 되지 않는다면,

아예 함께 있지 않는 것이 낫다.

  

 


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,

늘 거기 남아 있는 것들,

어쩌면 내가 죽고 난 뒤에도

여전히 지구에 남아 있을 그런 것들에

나는 위안을 얻었다.

_김연수, <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>

 

 

눈동자 속에 숲으로 가는 길이 있다. 너의

시선 속으로 들어가면 아무도 모르는 새벽이 있다.

서늘한 달이 자신을 감추고 있는 곳, 그곳에서

모든 신비는 시작되고 그리고 다만 하나의 숲

숲 속으로 들어가 너는 나올 줄을 모른다. 하늘은

푸르게 바뀌고 공기는 점점 투명해지는데 너는

너의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. 다만

검은 머리칼처럼 나뭇잎, 숲 속을 가리고

내가 알지 못하는 그곳에서 너의 비밀은

나를 바라보고 불빛처럼 반짝이는 너의 눈동자

눈동자 속에 숲으로 가는 길이 있다. 너의

시선 속으로 아무도 모르는 새벽이 있다.

_유이치, <> in 김연수, <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>

 

 

질보다는 양이야. 모든 재능이 그렇듯이.

우선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사물을 표면을 관찰한다.

그 다음에는 기다린다. 자기 내부에서, 겹겹이 쌓인 기억의 지층 아래에서

무의식의 짙은 어둠을 뚫고, 마그마가 꿈틀대듯이 어떤 일들이 떠오를 때까지.

_김연수, <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>

 

 

 

So sick and tired of all the needless beating

But baby when they knock you down and out

it’s where you ought a stay

그래서 아프고 쓸데없는 두근거림에 지쳤어.

그런데 자기야, 그 사람들이 널 지치고 쓰러지게 한다면

여기가 네가 있어야 할 곳이야.

 

 

The death of a loved one is a hollowing experience.

After 33 years our son Sean and I still miss him.

_Yoko Ono Lennon

 

 

 

새로운 인생을 위해서 필요한 두 요소, 사랑과 책.

단테는 19살에 베아트리체를 만나고 말했죠.

여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도다

오르한 파묵의 로드소설 <새로운 인생>에서 오스만이

자아를 찾아 버스 순례 여행을 떠난 계기는 한 권의

책이었습니다. _류신(@poetavates)

 

 

예술가는 멘토가 될 수 없을 것이다. 그들은 현명하지도 않고

성공적인 삶으로 이끌지도 못한다. 자기 삶의 공허와 세상의

참혹을 대변하고 그것을 번역하려는 사람들은 타인을 계몽하려 들지 않는다.

_이광호

 

 

쓰여져야 할 모든 이야기들은 이미 다 쓰여졌다.

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은 다시 쓰여져야 한다.

_앙드레 지드

 

 

  

이렇게 살 수도 없고,

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

서른 살은 온다

_최승자, <삼십세>

 

 

그때 나는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

한쪽이 우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.

_김애란, <달려라 아비>

 

 

그리고 반짝이는 것들이 그렇듯,

그것은 늘 금방 지나갔다.

_김애란, <네모난 자리들>

 

 

나는 꿈을 잡고 있었어.

그걸 놓치면 보통 사람이 되어버리는 끈이야.

이걸 놓으면 내 의미가 없어지니까

안간힘을 쓰며 끈을 잡고 있는 거야.

_<바이바이 베스파>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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