kimun73(Kim, Un / 김언)8.28 오전 3:14
“빛을 사랑하는 두더지가 있었습니다.”
- 슈테판 슬루페츠키 <양 한 마리 양 두 마리>에서.
빛이 필요 없는 동물. 혹은 빛을 싫어해야 마땅한 동물이 빛을 사랑하게 되었다니! 이 이상한 두더지의 이상한 사랑 앞에서 ‘왜?’라는 질문은 하지 말자. 우리 역시 사랑해야 마땅한 것만을 사랑하지는 않으니까. 때로는 사랑할 필요도 없는 것을 사랑하고 도저히 사랑해서는 안 되는 것을 사랑할 때도 있으니까. 앞으로 불어 닥칠 비극을 빤히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. 죽음을 빤히 알면서도 삶을 사는 것처럼. 사랑에 돌진하면서 삶을 소진하는 사람은 그래서 불행을 모른다. 불행이 지나가고 난 뒤에 남은 것이 죽음뿐이더라도 그는 앞만 보고 달려간다. 앞에 놓인 빛만 보며 쫓아간다. 그것을 어떻게 나무랄 것이냐. 대책 없는 그 사랑의 임자가 너도 될 수 있고 나도 될 수 있기에 우리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. 어둠 속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라. 나는 지금 어떤 빛을 쫓고 있는가를. 살아 있는 한 누구라도 쫓고 있는 빛. 신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헛된 꿈일 수도 있는 그 빛. 그러나 내게 전부인 그 빛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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